“벌 키우는 비구니, 전국에서 유일하죠” 홍제암 꿀벌농원 진성 스님

“벌 키우는 비구니, 전국에서 유일하죠” 홍제암 꿀벌농원 진성 스님

관리…


“절에 전해오는 말 가운데 ‘일일부작 일일불식 (一日不作 一日不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루 일을 하지 않으면 먹지 말라는 뜻이지요. 부처님 도량에 앉아있지만 자급자족을 하고, 남는 것은 지역 사회의 복지를 위해 일조하니 마음의 부자가 된 것 같습니다” 


17년째 양봉 종사, 종교인도 자립적으로 경제생활 해야죠

홍제암의 진성 스님은 17년이라는 세월 동안 꾸준히 양봉을 해오고 있다. 500군 정도를 운영하며 ‘이동형’으로 강원도까지 채밀을 나서기도 한다. 스님이 양봉을 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지만, 비구니로서 양봉을 하는 일은 드문 일이다. 진성스님은 전국양봉인의 날에 가 봐도 양봉을 하는 비구니는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처음 양봉을 하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청송에 거주할 때 농사철에 바빠 고생하는 뒷집의 아이를 돌봐 주다가 벌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추천을 받은 것. “처음에는 비구니에게 벌을 키워 보라는 것에 의아하기만 했죠. 하지만 군위군에 와서 농사를 지어도 아무리 해도 수익이 나지 않고 혼자 농사짓기에는 어려움이 커 양봉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사찰도, 종교인도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하기 보다는 자립적으로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은 자기 스스로 노력해서 얻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양봉에 도전해 봤죠.”


처음 20통 정도를 분양받아 시작 했지만 6년까지는 수익이 나지 않고, 계속 투자만 하는 세월이 이어졌다. “나만의 기술을 만든다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농가를 찾아다니며 기술, 노하우를 물었지만 가르쳐 주지 않는 분들이 많았어요. 안동대학교에서 양봉학을 수료하고, 농민사관학교도 다니면서 배웠습니다” 좌절과 어려움 속에서도 깨달음을 얻는 자세를 견지해 온 스님의 자세는 양봉을 배우는 데도 빛을 발했다. 


벌의 생태계 보며 공생, 자연의 섭리 확인해

진성스님은 “벌은 자연 생태계와는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벌을 키우면서 인간이 벌과 자연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벌의 생태계를 보면 배울 점이 정말 많아 점점 더 빠지게 됩니다. 수익성을 떠나서 벌을 관리하면서 자연과 공생한다는 생각으로 점차 더 빠져들게 되요”라고 말했다. 

초보이면서 벌을 공부를 하고 싶다는 사람에게도 양봉은 단순한 농사, 노동이 아니고, 벌과 생명에 애정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농사라고 조언한다. 


“때로는 생명체를 다루며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한순간 관리소홀로 벌이 병사 당할 때면 안타까움도 크지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공부를 해 보면 대를 위해서 소가 희생하는 자연의 섭리를 확인합니다. 저는 벌과 공생관계라고 봅니다. 벌들의 꿀을 빼앗아 가면서 영리를 취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벌에게 필요한 것들은 최선을 다해서 베풀어주고 있죠. 그만큼 벌에게 애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전국 양봉 농가들을 돌며 유용하다고 생각했던 벌통을 추천했지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은 벌통도 나무가 아니라 EPP, 스티로폼 등 다양하게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가볍고 효과적이라 노령화 된 양봉인구를 위해서는 좋은 일이지요. 그렇지만 저는 양봉도 친환경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폐기될 때 환경에 얼마나 더 큰 피해를 주느냐를 생각해 가능한 나무 벌통 사용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스님의 사려 깊은 대답에 당연시 여기던 양봉의 관습들도 다시금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진성 스님은 부득이하게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방편으로 약품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인위적인 개입은 최소화 한다고 말했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자재를 선호하며 자연 환경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폐기물은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양봉인, 농사인들에게 말씀 전하며 힘주니 그것이 보시

물론 종교인이 양봉 활동을 하는 데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있어 왔다. “중이라면 앉아서 부처님 공부만 하고 수행만 하지, 세상과 어울리느냐 하는 의견도 있어요. 그렇지만 신도들에게 물질적 부담을 주지 않고, 능력껏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오히려 힘을 줄 수 있어서 저는 보람됩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주변 농민들과 양봉인과 잘 지내고 말씀을 전할 수 있는 것도 그 자체가 보시라고 믿고 있어요.” 

양봉인 들이 너무 경쟁의식이 깊어 갈등이 생길 때면 부처님 말씀으로 중재하기도 한다. “말 한마디라도 ‘욕심을 버리자’, ‘멀리 내다보자’ 라는 말씀을 전합니다. 열심히 하면 소비자들이 알아줄 것이며 늘 좋은 품질의 꿀을 판매하라. 마케팅 전략보다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는 꿀을 생산하라. 그것이 곧 홍보라고 말씀드리죠” 진성스님은 어떻게든 중생에게 보탬이 되는 수행자가 되어가고, 실천해서 주변 사람들 마음에서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이 종교인으로서의 도리이며, 양봉을 하는 중에도 이를 잊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오로지 양봉이나 법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법당에서 앉아서 기도할 수 없어 죄송하지만 차타고 운전하고 가다가도 신도들을 떠올리고 기도한다고 밝혔다. 


스님이 뜨는 꿀이다 보니, 무조건 믿고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신뢰를 배반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좋은 꿀을 드리고 있습니다. 제가 판매한 꿀에 실망한 사람들은 한국불교계 전체에 실망할 수 있다는 마음 때문에 더욱 엄격하게 양봉을 하고 있어요. 햇수가 갈수록 소비자들이 알아주고 있는 것 같아 보람을 느끼며 내가 살고 있는 군위군의 위상을 높이는 농민 승려로서 더욱더 정진하여 품격 높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더욱 노력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