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덕궁 김성희보살

신덕궁 김성희보살

김태…

 

원주시 특집

 

신의 심부름꾼이자 통역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 살고파

신덕궁 김성희 보살

 

26년째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기도하고 수양하며 걸어온 무속인의 길

빙의, 잡귀 치유와 질병 치료에 영험한 능력

문제 해결하고 위안해 주니, 몇 십 년째 찾아오는 신도들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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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마음이 편안해 지는 이들이 있다. 부드러운 미소와 진정으로 이해해 주는 진지한 눈빛 등 외형적인 모습 때문일 수도 있고, 나의 고통과 하소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 주고 어떻게든 해결해 주고자하는 진심 때문 일수도 있다. 바로 원주 신덕궁 김성희 보살(이하 김보살)을 인터뷰 하는 동안 느껴진 감정이었다. 무속인의 길을 걸어오기를 벌써 26. 처음부터 지금까지 25년 넘게 찾아오는 신도도 많다고 하는데 신도들에게 계속해서 신뢰 받고 사랑 받는 이유가 이해가 되는 바였다. 그녀의 이야기를 상세히 청해봤다.

 

스물아홉, 신내림을 받은 이후 인생이 변하다

김보살은 스물아홉 꽃다운 나이에 신을 받았다고 한다. 받기 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있었지만 신내림을 받은 이후로는 지금까지 무속인 한 길만을 걷고 있다. 벌써 26년째다. 김보살은 시골에서 그냥 열심히 살아 왔었다. 일찍 사회생활도 했다. 스물일곱 부터는 꽃집도 운영 했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안 풀리기 시작했다. 점차 빚이 늘어가면서 억 단위까지 되고, 두 번이나 죽으려 시도도 했던 것 같다. 꽃집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되지 않았다. 가게를 팔려면 물 한 그릇 떠 놓고 기도하라기에 했었는데,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굿을 앞두고는 선명한 꿈들이 이어졌다. 하늘에서 허락을 하시니 할머님들이 하얀 깃발 밑에서 열매를 캐 주시고, 옷에 오색 종이가 쏟아지고, 산에 가면 산꼭대기에 꽃이 만발 하는 등의 내용이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굿을 한 지 20일 만에 가게는 팔리고 김보살은 무당이 되었다는 사연이었다. 내림굿할 때는 하늘에 떠 있는 조상님이 보일 정도로 3일 동안 거의 최고의 경지에 달하기도 했었다고.

 

그 뒤로 모든 것이 변했다. 전에는 미니스커트만 입고 다닐 정도로 멋쟁이였던 그녀였지만 승복을 입고 고무신을 신고 외출해도 좋았다고 한다. 정리도 잘 않던 습관도 변해 옷도 반듯하게 개어 놓는 등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도 변했다는 고백이었다. 신을 받고 난 날부터는 술을 마시지 못하게 되었고,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새벽 4시면 기상해 기도를 올리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대대로 내려오는 강한 연줄, 빙의 치유, 질병 치료 능력 높아

아마도 내려져 오는 강한 기운과 능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외할머니의 외할아버지께서는 경쟁이셨다고 한다. 재앙을 물리치기 위하여 경()을 읽어 주는 것을 직업으로 하셨던 것. 이 때문에 김보살도 빙의된 사람을 돕거나, 잡귀를 쫓는 부분에 일가견이 있다. 일년내내 밥도 못 먹을 정도로 아팠던 사람도 김보살을 찾아왔다가는 밥 두 그릇, 세 그릇씩 먹고 돌아가니 자식들이 놀라는 일이 부지기수다. 김보살은 말썽 피우는 귀신 병, 빙의 되는 사람들을 치유해 드린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즘은 잘 봐야 한다. 무조건 귀신의 탓이라고만 할 수 없다. 사회가 각박해서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과 실제로 귀신에 씌인 사람과는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을 깨끗하게 치유해 준 기적과 같은 사례 또한 많다. 걷지 못해 거의 기다시피 해서 들어왔던 사람도 걸어서 나가게 되었다. 불안 증세가 심해 외출도 거의 못하고, 들어올 때는 양쪽에서 부축해서 다리를 덜덜 떨며 들어왔던 이도 나갈 때는 웃으면서 떠나가는 곳이 바로 김보살이 있는 신덕궁이다. 아들이 무직이라 걱정하며 찾아왔던 노보살은 어려운 형편이 보였기에 있는 만큼만 받고 부적을 내리고 촛불을 켜 드렸는데 이후 아들이 병원을 경영하게 된 경우도 있다. 벌써 10년 째 대구에서 찾아오고 있는 신도의 이야기다.

 

불경 공부, 기도, 마음 수양에만 집중해

김보살은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치료하고 치유해 줄 수 있는 이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살고 있다고 한다. 신 내림을 받은 이후부터는 앞만 보고 정말 열심히 무속 생활을 해 왔다고 자부한다. 법당에서 손님 보는 생활 말고는 하지 않는다. 무속인으로서 자신만의 굳건한 철칙과 가치관도 정립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간으로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은 보태지 않아야 한다는 철칙이 있다. 인간이기에 신의 뜻을 잘못 알아들을 수도 있겠지만 거짓을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잘못 알아듣지 않기 위해서는 집중력을 잃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이 해 줄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업장, 맑은 몸, 기운 가지려면 자기 내공을 쌓는 기도가 필요하다.” 무속인으로서의 울타리 안에서만 생활하면서 불경 공부, 기도, 마음 수양에 최선을 다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또한 늘 내일은 생각하지 않고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 한다고 한다. 매일 죽은 사람을 다루고 망자들을 만나다 보니 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부끄럽지 않은 무속인 되고 싶어

어떤 보살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김 보살은 그 누구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무속인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다른 무속인에게도 정도(正導)를 걷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을 돌아보고, 내 자신을 속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무속인도 내가 과연 인간인지라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 1순위이지만,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남의 돈을 함부로 내 돈처럼 쓰면 안 된다. 내 자신을 속이지 말고, 쓸데없이 위협하고 겁주지 말라. 오래된 것이 자랑도 아니고, 내 자신이 신도 아니다. 중간에 심부름꾼, 통역사 역할을 하는 것뿐이다.”라는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문의 010 5367-7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