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쿠쿠 전기밥솥을 구입한 지 약 두 달 만에 전원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고장을 겪었다. 서비스센터 점검 결과는 의외였다. 고장 원인이 “바퀴벌레가 내부로 유입되어 발생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 고장은 전적으로 소비자 과실이며, 무상수리는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소비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전기밥솥에 해충 유입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설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점이다. 특히 사용 기간이 불과 두 달에 지나지 않은 새 제품이라면, 이는 단순한 관리 문제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쿠쿠밥솥 제품설계 제대로 해야할의무가잇다
밥솥은 가정 내 상시 사용 가전제품이며, 곡물과 수분을 다루는 특성상 해충 노출 가능성이 높은 환경에서 사용된다. 그렇다면 제조사는 이러한 사용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 제품을 설계해야 할 의무가 있다. 개미나 바퀴벌레와 같은 해충의 유입 가능성은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 충분히 예측 가능한 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면적으로 소비자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더 큰 문제는 사후 서비스 과정에서 드러났다. 쿠쿠 측은 수리비와 별도로 출장비까지 청구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는 이중 부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타 대기업 가전 서비스의 경우, 출장비를 별도로 받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사후 서비스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소비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품질 철학과 책임을 다하라
쿠쿠는 국내를 대표하는 밥솥 브랜드로, ‘첨단 기술’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실제 사용 경험에서 느끼는 기능적 차별성은 크지 않으며, 브랜드 인지도와 광고에 비해 제품 완성도와 책임 있는 대응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첨단 제품을 표방한다면, 그에 걸맞은 설계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 기준 역시 함께 따라와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시장에서 기업은 규정만으로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업의 품질 철학과 책임 의식을 평가하는 주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회사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모든 책임을 회피한다면, 브랜드가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 역시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이 글은 특정 기업을 비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다만 이번 사례를 통해, 가전제품 고장에 대한 책임 기준이 과연 소비자에게만 과도하게 전가되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제조사가 예측 가능한 위험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소비자들은 브랜드 이미지나 광고에만 의존하지 말고, 제품의 설계 완성도와 사후 서비스 정책을 꼼꼼히 비교한 뒤 선택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제조사 역시 규정 뒤에 숨기보다